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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단 말야!””흥분? 내가 너같이 나이 어린 계집애 하나 때문에 흥분을 해? 점점 하는 수작

이 엉뚱하구나! 어서 할 말이 있으면 다 털어놓고 이 자리에서 꺼져 버려라!””꺼져 버리라

구? 좋아! 나는 이 이상 그대와 따따부따하기도 싫어졌어! 다만 한 가지 요구할 물건이 있

어!””흥! 나에게 요구할 물건이?”무영객의 복면 속의 표정은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는 기색이었다.벌컥 소리를 질렀다.”뭣이냐? 나에게 요구한다는 게‥‥‥ 시끄럽게 시간을 지

연시키지 말고 어서 말해라!”강주 아가씨가 기탄없이 대꾸했다.”구두적련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극약을 제거시킬 수 있는 해독제를 내놓으란 말야!”무영객은 정말 아가씨의 너무나

뜻밖의 요구가 가소롭고 기막히다는 듯, 그 징글맞은 음성으로 앙천 대소했다.”와하하! 하하

하! 핫! 핫! 핫!”강주 아가씨는 도리어 약이 바싹 올랐다. 톡 쏴 붙였다.”사람이 말을 하는데

뭣이 그렇게 우습다는 거지?”무영객은 또 빈정거리는 말투였다.”도무지 까닭을 모를 소리를

하는 계집애로구나! 나는 화합향(和合香)이란 좋은 향기를 뿌렸을 뿐인데, 어느 틈에 그것이

구두적련이라는 극약으로, 독약으로 변했다는 거냐?”강주 아가씨는 자기의 추측이 다소 어

긋났다는 데에 적이 놀랐다.”그러면 그 지독한 극약은 그대가 발산한 게 아니란 말인가?”

무영객은 시치미를 뚝 떼고 천연스럽게 대답했다.”물론이지! 그런 독약을 나는 쓴 일이 없다. 화

합향이라는 향내라면 모르거니와‥‥‥ 너도 생각해 봐라! 그 청년이 신영궁의 문하생이 아니었

다면, 헤헤헤‥‥‥ 이 노부(老夫)가 손을 한 번 댔을 바에야 목숨을 빼앗아 버리고 말았지 비겁

하게 독약을 썼을 까닭이 있었겠느냐?”강주 아가씨는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무영객의

말에도 전혀 수긍할 점이 없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것 같았다. 내심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도 그럴 법한 말이다. 만약에 저자가 사람 하나를 죽일 생각만 했다면, 우리 오라버니 하

나쯤은 도저히 저자의 적수가 될 수는 없었을 터인데, 극약이나 독약을 쓸 필요까지는 없었

겠지?’그러나 역시 수상쩍다고 생각하는 점이 완전히 석연해진 것은 아니었다. 도무지 갈피

를 잡을 수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망설이고만 있었다.무영객의 눈초리는 과연 날카

로운 것이었다. 이 순간에 뭣인지 선뜻 알아차린 모양이었다.일부러 마음에도 없는 너털웃음

을 그럴싸하게 터뜨리면서 시치미를 뚝 떼고 점잖게 말했다.”야! 나는 이제야 모든 일을 석연

히 알아차렸다!”강주 아가씨는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알아차렸다구? 뭣을 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