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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예요? 화상 아저씨!””늙은 사람을 그렇게 거짓말을 해서 놀리면 못 쓴단 말야!”
“놀리긴, 내가 왜 화상 아저씨를 놀려요?”주육화상은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조카,
이봐! 늙은 사람을 놀리면 혼이 날줄 알아야돼! 조카가 동방(洞房)에 화촉을 밝히고
시집을 가게 되는 날 밤에, 이 화상 아저씨가 망나니 짓을 부려서 신부 방을 뒤죽박
죽을 만들어 놓는다는 걸 명심해 둬야 해!”만빙여 아가씨도 눈을 매섭게 흘겼다.”아니
, 뭐라구요?”주육화상은 모가지를 자라처럼 움츠러뜨렸다.”아냐, 아냐! 아무 것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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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만빙여 아가씨가 잔뜩 토라진 음성으로 소리를 발칵 질렀다.”화상 아저씨! 이번엔
정말 나한테 뺨을 맞고 싶어요?””아냐! 그럼 ‥‥‥ 내가‥‥‥ 내가‥‥‥‥”주육화상은 또다시
자기 손으로 자기 뺨을 열 몇 번이나 찰싹찰싹 때렸다.무수한 사람들이 또 박장 대
소를 금치 못했다.”허허허 ‥‥‥ 그 사람‥‥‥ 참!”현도노인까지도 웃음을 못 참았고, 명원
상인도 소리 없이 씽긋 웃었다.극도로 긴장했던 장면이 터져 나오는 웃음 소리 때문
에 훨씬 누그러진 셈이었다.그러나 정기봉은 여전히 코웃음을 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이놈! 중 녀석아! 어물쩍하고 뺑소니쳐 버리려는 네놈의 꿍꿍이속을 이 방주는 벌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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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 헤헤헤! 네놈이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오늘 밤만은 꼼짝도
할 수 없을 것이다!”주육화상은 태도를 돌변시켜 두 손을 맞잡아 정중하게 읍을 하고
정기봉에게 말했다.”위대하신 방주님! 귀하고 높으신 몸이시니 이 화상을 한 번만 용
서해 주시오! 이제 와서 똑똑히 따지자면, 이 화상도 방주님하고 아주 관계가 없는 사
람은 아니니까‥‥‥ 나하고 봉랑자하구 말이오! 아차!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겠군! 위대
하신 방주님 앞에서는 역시 천하제일방의 금환사자라고 불러야지! 다시 말하자면, 당
신네 방의 금환사자 봉랑자하고 나하고는 부부가 될 약속을 했소! 만약에 내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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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죽어 버린다면 그대의 귀중한 금환사자 하나가 과부가 돼버릴 게 아니겠소?”
정기봉은 징글맞은 음성으로 냉소를 터뜨렸다.”우후후흥! 나는 벌써 그 여자더러
다른 장소에서 네놈을 기다리고 있으라고분부했다!”주육화상은 히죽벌죽 웃었다.
“히히히‥‥‥ 히히! 알고 보니 위대하신 방주님도 마음씨가 매우 착한 친구였군! 그
여자더러 어디서 날 기다리고 있으라고 분부했소?””저승길에서 말이다!”화상은 두
눈을 딱 부릅떴다.”뭐라구? 저승길에서?”정기봉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무서운 음성
으로 통쾌하게 냉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