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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사람은,”자네는 쥐뿔도 모르면 잠자코 있으란 말야! 성수신검 정기봉은 무당, 화산, 소림
삼파 영도자들이 연명으로 초청장을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다는 사실도 모르구서 ‥‥‥
‥ 정기봉이 무예계에 있어서 어떤 문파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세력으로
따지자면 육대 문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걸! 자네도 알겠지? 저 사람의 봉명장에는 쟁쟁한 고
수급 인물들이 얼마나 많다는 사실 쯤은‥‥‥”또 어떤 사람이 말했다.”들리는 말로는, 성수신검
정기봉은 애당초부터 천하제일방과 육대 문파의 이번 분쟁에 휩쓸려 들지 않으려고 했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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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그런 것이, 소림파 명원선사(明遠禪師)의 체면을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출마하게 되었다
는 거야. 어쨌든 이번에는 정기봉까지 나타났으니, 천하제일방이 제아무리 무섭다 해도, 이
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조리 이겨낼 수야 없겠지!”또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봐! 듣자니 봉명장의 열두 첩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꽃같이 아름다운 여자들이라더군! 미
인일 뿐더러 무술에 있어서도 출중한 재간을 지닌 여자들이구‥‥‥‥ 하여튼, 성수신검 정기봉
은 염복이 대단한 사람이야. 어서 가게! 구경이나 한 번 해보세! 마차 속의 여자들이 도대체
얼마나 절세 미인들인지?”옆에 있던 사람이 먼저 말한 사람의 옆구리를 쿡 찔러 주며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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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그만 살고 싶어서 그따위 소리를 하나? 성수신검 정기봉을 섣불리 건드렸다가, 그가
눈치를 채게 되면, 자네는 오늘 저녁 밥을 먹을 생각도 말고 저승길로 가야 할 각오를 해야
한단 말이야!”찻집, 술집, 가는 곳마다 이구석 저구석에서 쑥덕공론.그러나 그들은 아주 나지
막한 음성으로 쑤군거리기 때문에 얼굴들을 마주 대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 외에는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감히 큰 소리로 떠들어서 봉명장 사람의 귓속에 들어가도 좋다는 대담한 배
짱을 부릴 만한 사람이라곤 단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정기봉 일행 여러 사람들은 성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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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리로 접어들었다. 다시 좁은 출목길로 꾸부러져 들어가서, 한군데 으리으리한 저택 앞에
서 멈추었다. 그 저택 앞에는 큼직한 돌사자가 좌우양편으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대문은 온
통 주홍색이고 번쩍번쩍 칠을 했으며, 문짝에는 금빛이 찬란한 둥그렇고 큼직한 고리쇠가 달
려 있었다.정기봉 일행을 태운 말은, 말굽 소리를 멈추고 섰다.삐걱하는 요란스런 소리를 내면
서 대문이 활짝 열렸다. 푸른빛 옷차림을 한 하인배 네 사람이 점잖게 걸어 나왔다. 젊은 계집
종 둘이 뒤따라 나오며 정기봉을 향하여 얌전하게 절을 했다. 하인배 중에서 한 사나이는 정기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