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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며 제멋대로 떠들었다.”화상 아저씨! 임강주(林絳珠)란 아가씨는 아직도 여기 오지 않았나?”
주육화상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마 얼마 안 있으면 도착하겠지?””그럼, 그 소세옥이
란 청년은?””그 청년은 조카하고 여태까지 같이 다니지 않았나?”만빙여 아가씨는 입을 삐쭉해
보이며 못마땅하다는 말투였다.”그 청년도 나빠요! 내가 할아버지하고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 눈
깜짝할 사이에 행방을 감춰 버렸거든!”주육화상은 팔짱을 끼고 떡 버티면서 다음 말을 툭 던
졌다.”그래 놓고 날더러 물어 보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만빙여 아가씨는 매서운 눈초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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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육화상을 흘겨 봤다.”아저씨한테 물어 보지 않으면 누구한테 물어 보란 말예요?”주육화상
은 또 어물쩍해서 넘겨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그래! 그래! 잘 물어 봤다! 잘 물어 봤어!”만빙
여 아가씨는 그제서야 잔뜩 토라졌던 얼굴빛이 가라 앉으며 입가에 생글생글 미소를 띠고
말했다.”화상 아저씨! 방금 이분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셨죠?”주육화상은 머리를 긁적긁적,
자기 뺨을 자기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아무 말도 대답하지 못했다.다른 말이라면 뭣이든지
할 수 있지만, 단지 만빙여 아가씨에게 관련되는 말만은 한 마디도 입밖에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현도노인의 슬하에서 버릇없이 자라난 만빙여 아가씨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
느니 만큼, 섣불리 한 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공연히 세 사람 앞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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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만빙여 아가씨에게 자기 혼자 망신을
당하는 것쯤은 웃고 넘길 수 있다손 치더라도, 아가씨가 만일에 제일명이나 매소천 두 사람
에게 생트집을 잡고 버르장머리없이 까불어대면, 장차 그 화가 주육화상 자기에게 미치리라
는 점도 생각해야 했다.매소천은 주육화상이 우물쭈물 절쩔 매고 있는 꼴을 보자, 치밀던 울
화가 슬그머니 가라앉아 버렸다.제일명에게 말했다.”제 형! 세상에는 기는 사람 위에는 나는
사람이있다더니‥‥‥ 정말 조금도 틀림 없는 말이군!”제일명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껄껄댔다.
“핫! 핫! 핫! 그러게 말이오! 주육화상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건 정말 놀라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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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걸!”주육화상은 두 사람이 자기를 놀리는 줄 알고 두 눈을 딱 부릅떠서 흘겨 봤다.”좋아!
맘대로 해봐! 자네들은 둘이서 맞장구를 치면서 나를 이렇게 놀리긴가? 이 화상도 성미가
있는 인간이니까, 어디 두고 보세!”매소천이 여전히 시치미를 뚝 떼고 제일명에게 말했다.
“제 형! 불문(佛門)에서 말하는 소위 인과(因果)관계란 것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이군!”
제일명이 빙그레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이게 바로 인과 업보(因果業報)라는 거요! 눈
앞에서 당장 볼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