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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말소리가 그치자마자, 강주 아가씨는 과연 한줄기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정통으로 향

하고 습격해 들어옴을 느꼈다. 그런데도 아가씨의 눈앞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가슴이

뜨끔해지는 순간, 아가씨는 왼편 소맷자락을 홱 휘둘렀다. 한줄기의 향긋한 바람을 뻗쳐 내면

서, 그와 동시에 몸을 바람처럼 가볍게 날려서 하얀 연기로 변해 가지고 들창 밖으로 뛰쳐

나왔다.무영객의 무술 실력이나 재간을 강주 아가씨는 한 번도 맞닥뜨려본 적이 없었다. 그

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얕잡아 보고 경솔히 대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신영절학 중의 한 가지

놀라운 재간인 산형술을 써서 그를 놀려 봤으나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아가씨가 망

설이고 있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무영객은 회오리바람처럼 몸을 빙글빙글 돌려 종적을 감춰

버렸으니, 신영궁의 산형술보다도 한층 더 놀라운 재간이 아닐 수 없었다.그것을 느낀 순간

, 아가씨는 좁은 방안에서는 무영객과 대결하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들창 밖

로 몸을 날려 버린 것이었다.그러나 어찌 알았으랴.강주 아가씨가 땅에 발을 붙이고 서자마

자, 벌써 어느 틈엔지 등덜미에서 무영객의 징글맞은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헤헤헤! 이것

은 네년이 자진해서 택한 죽음의 길이니까‥‥‥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강주 아가씨가

몸을 훌쩍 날려 살짝 옆으로 뽑으려고 했을 때, 돌연 아가씨는 자기의 급소 영대혈(靈臺穴

)이 시큰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철썩!강주 아가씨는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앗!”계집종 비운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훌쩍 날려 강주 아가씨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번갯불같이 달려들었다.무영객이 단지 손가락 하나를 가지고 강주 아가씨의 급소

를 찔러 쓰러지게 해놓고, 재차 허리를 꾸부리고 손을 대려는 바로 그 찰나였다.무영객은

계집종 비운이 이다지도 날쌔게 덤벼들 줄은 몰랐다.비운의 몸에서는 새파란 빛이 번

했다.무영객은 신영궁의 녹형광이란 비밀 무기가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섣

불리 굴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왼편 소맷자락을 홱 뿌리고,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뽑

아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바로 이 아슬아슬한 순간에, 홀연, 지붕 꼭대기에서 누군지 또

랑또랑한 음성으로 웃어 젖히는 소리가 들렸고, 잇달아 성급히 던지는 말소리도 들렸다.

“하하하! 얘들아! 너희들은 빨리 달아나거라! 그 못된 놈, 잔인무도한 놈과 시끄럽게 굴

어 봤댔자, 이겨 낼 수는 없을 것이다!”아슬아슬하게 녹형광의 공격을 슬쩍 피해 버린

무영객은 지붕 꼭대기에서 사람의 음성이 들려 오자, 누군지 서기와 유사고 아가씨를

빼돌려 가지고 뺑소니친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강주 아가씨에게 다시 손을 댈 겨를

도 없이 번갯불같이 몸을 날려 지붕 꼭대기로 올라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fBfq9L6LKx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