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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냐하면, 소세옥은 그 여자의 날카로운 호통소리가

강주 아가씨나 비운의 음성이 아니었고, 바로 저 교활하고 버르장머리없는 아가씨

– 만빙여의 음성이라는 점을 판단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 호통 소리는 처음에는

먼 곳에서 들려 오더니, 몇 번인지 연거푸 소리를 지르는 동안에 차츰차츰 가까워졌

다. 마치 만빙여 아가씨가 어떤 사람에게 쫓기고 있는 것처럼‥‥‥‥극도로 당황하고

초조해진 소세옥은 내심 이런 생각을 했다.’여자들끼리 싸우지나 말아 주었으면 좋

으련만‥‥‥ 만약에 만빙여 아가씨와 강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면 그 역시 나 때문

에 일어나는 불상사일 테니‥‥‥’만빙여 아가씨의 호통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들려 오

더니 홀연, 절벽으로 이루어진 계곡 어귀에 와서 딱 그쳤다. 계곡 어귀와 두 남녀가 서

있는 지점과의 거리는 불과 너댓 장밖에 더 되지 않았다. 그 중간에 큼직한 바윗돌들

이 몇 개 나뒹굴고 쌓여 있기 때문에 서로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다시 만빙여 아가씨

의 냉소 소리와 앙칼진 음성이 또렷이 들려 왔다.”흥! 네놈은 나를 여기다 데려다 놓

고 이대로 뺑소니칠 수 있을 줄 아느냐?”잇달아 어떤 남자의 껄껄대는 웃음소리와 거

친 음성이 들려 왔다.”핫! 핫! 핫! 나는 네년을 여기까지 끌고 와서 천하에 드물게 보

는 신기스런 구경거리를 보여 주겠다는 것 뿐이야! 조금도 무서워하거나 겁낼 일은

아니라니까!”만빙여 아가씨는 여전히 냉소를 터뜨렸다.”흐흥! 얼굴을 가린 헝겊을 벗

어 보란 말야! 나는 네놈이 누군지 똑똑히 알아야겠어!”소세옥은 그제서야 만빙여 아가

씨와 옥신각신하고 있는 남자가 바로 저 검정 의복을 입고 복면을 했던 못된 놈이라

생각하고 적이 마음이 놓였다.복면한 사나이의 음성이 또다시 껄껄대고 웃으며 말했다.

“핫! 핫! 핫! 날더러 얼굴을 가린 헝겊을 벗어 보라구? 그것은 네년의 할아버지가 몸소

여기 나타난다 해도 불가능할 것이다!”소세옥의 머리 속을 번갯불처럼 번쩍 스쳐 나가

는 생각이 있었다.’아, 참! 내가 바보였구나! 십중 팔구, 검정 의복에 복면을 한 자가 천

하제일방의 방주 무영객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만빙여 아가씨의 격분을

못 참는 호통 소리가 또 들려 왔다.”불가능한 일이라도 나는 해보고야 말 테다! 네놈이 무

슨 천하 무적의 대단한 인물이라고 나는 믿을 수 없으니까‥‥‥‥”말이 중단되면서 별안간 쉭

, 하는 요란스런 음향이 들려 왔다. 만빙여 아가씨는 상대방 남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