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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무예계에는 화합신향(和合神香)이라 일컫는 일종의 괴

상한 물건이 있다는 생각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을 때, 아가씨는

격분을 참을 수 없었다. 별안간 두 볼이 새빨갛게 타올랐다. 아가씨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세상에 이렇게도 자기라는 여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이따위 엉큼스런 마음을 먹고 집적거리

려는 놈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극도의 긴장과 격분 때문에 아가씨는 가장 중요

한 점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두 자루의 굵직한 향은 타다가 꺼져 버리기는 했지만, 공기 속

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독약 냄새가 남아서 감돌고 있다는 사실과, 이미 그 냄새를 꽤 많이

입으로 들이마신 자기가 더 오래 머뭇거리고 있다가는 차츰차츰 중독 상태에 빠져 들어가리

라는 점을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다.과연, 아가씨는 갑자기 귓전이 윙, 하고 울리며 가슴속이

더한층 울렁거림을 느꼈다. 전신이 화끈화끈 달아 올랐다. 머리가 어질어질 눈앞이 아찔하고

,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자칫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아가씨의 놀

라움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신에 있는 힘을 다해서 몸을 한 장

(丈)쯤 훌쩍 날려 시냇가에 발을 붙이고 우뚝 섰다. 얼른 시냇가에 몸을 쭈그리고 입을 물속

에 파묻고 몇 모금인지 시냇물을 실컷 마셨다.무릇, 이런 독약 기운이 들어 있는 향내란 어느

정도 깨끗한 물을 마시면 해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아가씨가 몸을 쭈그리

고 시냇물을 마시는 바로 그 순간에, 한 줄기의 억센 바람이 등줄기로 습격해 들어왔다. 갑자기

왼편의 급소인 기해혈(氣海穴)이 시큰시큰해짐을 느꼈다. 전신의 맥이 탁 풀렸다. 비칠비칠하

다가 마침내 시냇가 바윗돌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이때, 아가씨의 신변에는 벌써 어떤 사람 하

나가 난데없이 날아들어서 우뚝 서 있었다. 몸을 쓰는 품이 가볍기가 하나의 낙엽 같았다. 놀라

운 경신술의 재간을 보면, 무예계 변두리에서 재간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는 시시하고 쓸모

없는 존재 같지는 않았다.그 사람은 땅 위에 내려서자마자, 음침맞은 음성으로 연방 냉소를

터뜨렸다.”우흐흐흥! 매약화 아가씨! 나는 아가씨를 해치려는 사람은 아니오. 아가씨의 나이가

이십칠, 팔 세나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소. 여태까지 남편감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가씨에게 남편감 한 사람을 골라 드리려는 것이니 겁내실 것은 없소이

다. 내, 곧 그 사람을 아가씨 앞에 나타나도록 해드리리다!”매약화 아가씨는 몸부림을 치고 안

간힘을 써보았다. 그러나 전신의 맥이 솜처럼 풀려서 흐늘흐늘하는 것처럼 기운을 쓸 수도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다만, 귀와 눈만은 여전히 또랑또랑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자기 바로 옆에 품이 넓고 시커먼 옷을 걸친 사

람이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