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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가씨는 우리 소세옥 오라버니와 같이 자라난 죽마지우‥‥‥ 어렸을 적 소꿉동무였어!”

매약화 아가씨는 또 한 가지 몰랐던 사실 앞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뭣인지 곰곰 생각하다

가 대담하게 서슴지 않고 물었다.”그 아가씨도 그이를 사랑하는 것이겠지?”강주 아가씨

는 고운 마음씨로 어디까지나 꾸밈이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철석같이 그이를 믿고 있

는 모양인데‥‥‥ 참 불쌍한 아가씨야!”매약화 아가씨가 무슨 의미인지 해석하기 어려워 대

뜸 강주 아가씨에게 반문했다.”불쌍하다니?””그럼! 원수와 사랑이라는 것은 양극단이 되어

서 두 가지를 원만하게 용납하긴 어렵잖아?”매약화 아가씨에게는 점점 더 요령 부득의 말

이었다.”아가씨의 말은 무슨 의미인지? 나는‥‥‥ 도무지‥‥‥‥””오늘 밤에 보면 알게 될 거

야, 언니!””오늘 밤에? 그건 또 무슨 말이지? 오늘 밤에 무슨 중대 사건이라두?””그럼! 삼보

고찰에서 여러 사람들의 은혜니 원한이니 하는 복잡미묘한 관계가 아마 오늘 밤에는 깨끗

이 정리되고, 또 끝장이 나 버릴 거야!”매약화 아가씨는 너무나 뜻밖의 놀라움으로 얼굴빛

이 핼쑥하게 변하며 전신을 오싹 떨었다. 삼보고찰로 말하자면, 바로 자기 오라버니와 소

림파, 무당파의 두 영도자들이 임시로 당분간 거처하는 곳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눈을

치떠서 높은 하늘을 쳐다봤다. 시간이 꽤 많이 경과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대뜸 강주 아

가씨에게 물어 봤다.”그러면 아가씨도 지금 곧 삼보고찰로 갈 작정인가?””그래요! 언니, 그

만 가십시다. 내 마차를 같이 타고 가시면 될 게 아냐?”두 아가씨들은 손에 손을 잡고 마차

위로 올라갔다.”으흐흐흥!”말이 용기를 뽐내느라고 요란스럽게 울부짖었다.덜커덕덜커덕 차

체가 움직임에 따라, 말굽 소리도 수선스러워지면서 아가씨들을 태운 마차는 곧장 삼보고찰

을 향하고 질풍같이 달렸다.소나무와 잣나무가 무성한 숲속에 자리잡고 하늘 높이 솟아 있

는 삼보고찰에는 서녘으로 기우는 석양의 얼마 남지 않은 햇살이 비스듬히 비끼고 있었다.

땡! 땡!녁 염불을 시작하는 종소리가 저물어 가는 회색빛 하늘 위로 쩌렁쩌렁 울려 퍼다.

장엄한 고찰은 지극히 평화스러운 정밀(精謐)속에 파묻혀 있었다.한군데 선방(禪房) 안에는

소림파의 명원상인(明遠上人) 숙목(肅穆)이 침상(禪床) 위에 단정히 앉아 있고, 침상 맞은편

에 놓여 있는 두 개의 나무 의자에는 화산파의 영도자 매소천과 무당파의 영도자 제일명이

앉아 있었다.날은 아직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지만, 선방 안에는 벌써 등잔불이 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