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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로구나!’소세옥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제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몸을 피하기를 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이 숲속에서 시체가 되어

질펀한 핏속에 나뒹굴며 숨질 뻔했구나!’주육화상으로 말하자면 본래가 무예

계의 익살꾸러기로 무술 재간이나 실력도 남 못잖게 독특한 바가 있었다. 그러

나 그 역시 이 고집불통의 찰거머리 같은 아가씨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양이었다.그는 오싹 몸을 떨었다.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이상야릇한

표정이었다. 만약 이때에 만빙여 아가씨가 손에 힘을 주어서 한 번 푹 찌르기

만 한다면, 하나의 중대가리는 땅바닥에 떨어져 떼굴떼굴 굴러 가버릴 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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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한 판국이었다.주육화상의 불쌍하고 딱한 꼴을 소세옥은 차마 그대로 보

고 있기가 괴로웠다. 후닥닥 뛰쳐 나가서 화상을 위기에서 구출해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댔다.’저 몹쓸 화상

이 그날 밤에 엉뚱한 연극을 꾸며 웃음 거리를 가지고 진담을 만들어 버리지

만 않았던들, 현도노인이 아무리 속셈이 있었다 해도 그 즉석에서 손주딸과

나를 짝지어 놓고야 말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 빌어먹을 화상

이야말로 남을 골탕을 먹이고 자기도 혼이 나구‥‥‥ 실컷 혼이 나게 내버려

두자! 만빙여란 여자가 제아무리 잔인무도한 아가씨라 할지라도 정말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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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죽여 버리지야 못하겠지!’이렇게 생각했을 때, 소세옥은 공연히 뛰쳐 나가

서 경솔하고 무모한 짓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되겠다고 꾹 참으며, 숨을 죽이고

그대로 숨어 있었다.바로 이 순간에, 웬일인지 주육화상이 별안간 벽력같이

고함을 질렀다.”저런 괘씸한 젊은 녀석 봤나! 네놈은 한편에 몰래 몸을 숨기

고 나를 놀림감을 만들고 있구나! 이 주육화상의 대가리가 두 쪽이 나서 술

을 못 마시게 되면, 네 녀석도 대가리가 두 쪽에 나서 밥숟가락을 놓게 된

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 둬라!”만빙여 아가씨의 매서운 음성이 또 발칵

악을 썼다.”그 청년이 어디 있단 말예요?”주육화상은 한 그루 나무의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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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한 가지 꼭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그 젊은 녀석이 바로 저

나뭇가지 위에 숨어 있는걸!”만빙여 아가씨는 화상의 말을 정말로 안 모양이었

다. 얼른 눈을 치떠서 나뭇가지 꼭대기를 쳐다봤다.이 틈을 타서 주육화상은 오

른편 손가락을 꼿꼿이 일으켜 세워 나무 꼭대기를 그대로 가리키는 척, 그와

동시에 아가씨에게 붙잡힌 왼편 소맷자락을 홱 뿌리쳐 버렸다.”핫! 핫! 핫!

통쾌한 너털웃음 소리와 함께 마치 한줄기 연기가 사라지듯, 화상의 몸은 멀

찍이 떨어진 곳으로 슬쩍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