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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다면, 내 이 세상에 살아 있지 않겠다! 이 소나무를 두고 나는 맹세한다!”태청도장은

도리어 쌀쌀스러울 만큼 심각한 표정을 하고 한옆에 묵묵히 서 있었다. 그는 뭣인지 심사

숙고하는 모양이었다. 통 입을 열어서 뭣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매약화 아가씨는 타고

난 성품이 쌀쌀스럽고 매몰찼다. 세상 만사 그다지 놀랄 만한 일도 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일도 별로 없다는 듯, 매정스러움이 감돌았고 때로는 얄미울 만큼 차가운 미소가 서리어

있었다.영원히 얼어 붙은 얼음장이 풀어질 줄 모르는 아가씨의 매서운 얼굴.아가씨는 가

볍게 코웃음을 쳤다.”흥! 흥분해 봤댔자 소용있나? 죽었으면 죽었지 뭐! 그놈을 잡아 내요

! 찾으러 가요! 뭐 그다지 대단한 놈이라구 모두들 벌벌 떨고?”매소천은 자기 누이동생

의 독특한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언제나 남의 일에 섣불리 간섭하기 싫어하

지만 한 번 자기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기를 쓰고 덤벼들며 악착같

이 싸우는 매서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을.매소천도 옥청도장의 이런 끔찍한 죽음에 대

해서 물론 석연치 않은 점이 없지 않았다. 그는 비록 소세옥이라는 청년을 만나본 일이

없다고 하지만, 사대 문파와 봉명장이 회합을 갖고 나서, 이 소세옥이라는 청년 협객과 타

협점을 모색해 보려고 작정한 차제에 있어서, 무당파의 고수급 인물인 옥청도장이 신영궁

의 절학에 의해서 숨져버렸다는 사실은 심히 공교로운 일로서, 여기에는 또 한 가지 까닭

모를 음모가 숨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었다.매소천은 여러모로 수상쩍다는 생각을 하

면서도, 아무 말도 입 밖에 내놓지 않았다. 왜냐하면, 방금 그는 섣불리 말을 했다가 제일

명에게 여지없이 일축을 당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휴우‥‥‥”제일명은 또 한 번 긴 한숨

을 내쉬고 상청도장에게 분부해서 옥청도장의 시체를 어깨에 떠메도록 했다. 일행 다섯

사람은 숲속을 나와서 곧장 청허관(靑虛觀)으로 달려갔다.그 이튿날 이른 아침, 매소천은

누이동생 매약화 아가씨가 온다간다 말 한 마디도 없이 어디론지 없어져 버린 사실을 발

견했다.매소천의 놀라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만 불손하고 매정스럽고 또 성미가

급하기 불덩어리가 튀는 듯한 누이동생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매약화 아가씨가 살며

시 행방을 감춘 데에 대해서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봤다.첫째로는, 단독으로 천하제

일방 방주 무영객과 결투를 해보겠다는 앙칼진 태도.둘째로는, 소세옥이라는 청년 협객

을 찾아내서 옥천도장의 원수를 갚아 보겠다는 단순한 의협심.’저의 경혼검 수법이 아무

리 한때 쟁쟁한 명성을 날렸다손 치더라도, 일개 아녀자의 몸으로 무영객을 대적하여

싸운다는 것은 달걀로 돌덩어리를 치는 격밖에 안 될 터인데!”소세옥이란 청년 협객의

무술 재간이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것은 애당초부터 알 수 없다! 약화란 계집애의

성격으로 누구든 맞닥뜨리지 않는다면 모르거니와, 한 번 맞닥뜨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