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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내 추운검(追雲劍)을 신변에 지니고 있지 못하니‥‥‥그 칼만 가졌다면 이따위 조그만

돌문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었을 텐데 ‥‥‥””추운검이라구요?”매약화 아가씨는 깜짝 놀라며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그렇소! 추운검은 세상에 드문 보검이오! 쇠도 자르고 돌도 깨뜨릴 수 있소! 예리하

기가 비길 데 없는 보검이오!””그러면? 당신은 바로 추운검객의 아들 소세옥이라는 청년이신가요?”

“맞았소! 아가씨는 누구시오?””아아앗!”매약화 아가씨는 자지러지게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고 시원스

럽게 생긴 두 눈을 똑바로 떠서 소세옥을 노려봤다.아가씨는 신계 성안에서 만났던 점쟁이 노인의 모

기를 희롱했으리라고 의심했었다.또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이봐요! 나는 애당초 당신을 미

워했어요. 당신을 찾아서 흑백을 따져 볼 결심을 했었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당신이 바로 소세옥이

라니? 그리고 우리들 사이는 이미 ‥‥‥‥”소세옥도 깜짝 놀라서 어리둥절했다.”도대체 아가씨는 누구

시오? 우리는 아무런 감정도 원한도 없는 사이인데 왜 소생을 미워하셨다는 거요?”매약화 아가씨는

검정 옷을 입은 복면의 사나이가 상 위에 던져놓고 간 경혼검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당신은

저 한 자루의 칼을 알아보실 수 있으세요?”소세옥은 몸을 돌이켜 상 가로 가까이 가서 그 한 자루

의 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칼자루에 시선이 화살같이 꽂히는 순간, 그는 손을 대 보려고 하다가

깜짝 놀라 주춤하고 뒤로 물러섰다. 칼자루 손잡이에는 손가락 같은 것이 불쑥 삐져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청년은 별안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음성으로 소리쳤다.”아! 이것은 일지(一指) 경혼

검이 아니오?””맞았어요! 바로 경혼검예요.”소세옥이 대뜸 물었다.”그러면 아가씨는 바로 화산

파 매씨(梅氏)댁의 선배시군요?”매약화 아가씨는 부끄럽고 수줍은 표정으로 힐끗 소세옥의 얼

굴을 쳐다봤다.44. 벌거벗은 남녀소세옥의 머리 속을 퍼뜩 번갯불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힘없는 음성으로 천천히 말했다.”무예계의 선후배를 따지자면 소생은 응당 아가씨를 선배라

고 불러야 옳을 것이 아니겠소?””현재에 있어서도?””혀‥‥‥ 현재‥‥‥ 현재‥‥‥ 아! 선배의 말은 바

로 현재의 우리들사이를‥‥‥””당신은 나를 자꾸만 선배라고 부르시니‥‥‥””아, 그렇소! 우리들 사

이는 이미 ‥‥‥‥””그러면 당신은 나의 경혼검을 가지고 한 번 시험해 봐요! 이 한 자루 칼도 신

기(神器)에 속하는 물건이니, 이것으로 먼저 문을 부수고 나가서 우선 의복을 두 벌쯤 구해

올 수 없을까?”소세옥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네 ! 선‥‥‥ 선배‥‥‥ 아니‥‥ 아니‥‥‥”매약화

아가씨는 처량한 표정을 하고 생끗 웃었다.얼마 안 되는 동안에 아가씨의 앙칼지고 쌀

쌀하고 오만한 성격이 아